[청년eyes] 브라이스 하퍼는 MVP 트로피를 델라웨어 강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

- '필라델피아의 제왕' 브라이스 하퍼

신동길 승인 2021.11.07 11:54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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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길 기자


[청년IN 청년eyes / 신동길 기자] 2010년 6월 MLB 드래프트에서 워싱턴 내셔널스는 한 소년을 전체 1순위로 지명한다. 이 소년은 당해 드래프트 시작 전부터 그 스스로가 고등학교 클래스의 무대가 너무 좁음을 깨닫고 미국의 검정고시 시스템을 이용해 대학 클래스의 무대로 ‘월반’했다. 알루미늄 배트를 쓰던 고등학교완 달리, 대학에선 나무 배트를 쓴다. 그러나, 이 천재 소년에겐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무 배트에 대한 적응기가 필요할 것이란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소년은 대학 무대를 문자 그대로 ‘부수어‘버리며 전미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런 그의 명성에 당연하듯 내셔널스는 그를 전체 1순위로 지명했고 그 소년의 이름은 ’브라이스 하퍼(Bryce Harper)’였다.

마이너 리그를 2년도 안되는 기간 만에 월반의 월반을 거듭하며 2012시즌 만 19세의 나이로 데뷔한 하퍼는 이 루키 시즌에 22홈런을 몰아쳤으며 18도루를 기록하는 등의 클래식 스탯과 121wRC+, 팬그래프 기준 4.4WAR을 기록하는 등의 세이버 메트릭스 스탯을 모두 성취했고 역대 2번째로 어린 신인왕에 등극하며 슈퍼스타의 등장을 알렸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이후 2년간은 부상으로 40~60여 경기를 결장했고 성적에서도 큰 발전을 보여주지 못하며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맞이한 2015시즌, 하퍼는 42홈런 99타점에 타율, 출루율, 장타율 각각 .330 .460 .649 wRC+ 197 팬그래프 기준 WAR 9.3이라는 기록했고 각 부문에서 리그 1위를 차지했으며 2010년대 타격 클래식 스탯, 세이버매트릭스 스탯 모두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금지약물에 손을 댔던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의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결과는 당연히 역대 최연소 만장일치 MVP였고 해당 시즌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현역 최고의 타자 마이크 트라웃(LA에인절스)과의 비교가 시작되었다. 항상 꾸준한 성적을 내었던 마이크 트라웃과 달리 하퍼는 2016시즌에는 데뷔 이후 최저 타율, 최저 장타율과 함께 멘탈적인 문제까지 드러내며 최악의 한 해를 보냈고 2017시즌에는 155라는 훌륭한 wRC+와 29개의 홈런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부상으로 50여 경기를 결장했다.

다행히 FA를 앞둔 2018 시즌에는 건강한 모습으로 30홈런-100타점-wRC+ 135를 기록하며 긍정적인 계약 전망과 함께 FA 시장에 나섰고 결국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3년 3억 3천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새 팀으로 이적하게 되었다.

이적 후 첫 두 시즌의 활약상은 다소 미묘했다. 2019시즌에는 35홈런 114타점을 기록했고 팬 그래프 기준 WAR4.6으로 전체 25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기대치나 연봉에 비해서는 다소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고 2020 시즌에도 4할 출루율-.500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하는 등 나름 좋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빅 사이닝에 걸맞는 결과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하퍼는 훌륭한 선수이지만 트라웃보다는 훨씬 훌륭한 스타성에 의해서(이는 트라웃이 실력 대비 스타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가장 과대평가를 받는 선수라는 여론이 2020시즌 이후까지는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그는 이러한 비판적인 시선을 자신의 실력으로 바꿔냈다. 시즌 최종성적 141게임 35홈런 타율, 출루율, 장타율 각각 .309, .420, .615, 시즌 OPS 1.044, wRC+170, 팬그래프 기준 WAR 6.6으로 브라이스 하퍼는 이적 3년차 ‘필라델피아의 제왕’이 되었다.

브라이스 하퍼가 이전 2년에 비해서 더 좋은 타격 성적을 기록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비결은 이전에 비해서 훨씬 더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 존 안에서 승부를 펼치는 투수들의 공을 이전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과 공을 신중하게 골라내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번 시즌 하퍼의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향하는 투구 비율은 2015시즌 이후 가장 높은 46%를 기록 중이며 해당 존에서의 스윙 비율은 커리어하이인 76%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스트라이크 존 안에서의 컨택트 비율이 커리어로우인 74%를 기록 중인 것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커리어하이 수준의 전체투구 대비 스트라이크 존 내에서의 인플레이타구 비율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스트라이크 존 안의 투구를 인플레이 타구로 많이 연결하고 있다.

한편, 스트라이크 존 밖에서의 스윙 비율은 반대로 커리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25%를 기록 중이며 볼넷 비율도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16%를 기록 중일 만큼 공을 잘 골라내고 있는 가운데 해당 존에서의 컨택트 비율은 커리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50%를 기록하며 헛스윙 비율도 커리어에서 가장 나쁜 수준인 32%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삼진 비율은 커리어 평균인 22%와 큰 차이가 없는 데다가 전체투구 대비 스트라이크 존 밖에서의 인플레이타구 비율은 커리어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오히려 나쁜 공을 타격하면서 나쁜 타구를 만들어내는 일을 최소화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실제로 하퍼의 투구 위치별 기대 득점을 살펴보면 2016시즌 이후 –20점대도 자주 기록하던 보더라인 부근에서의 기대 득점이 0점까지 크게 상승했고 명백한 볼 구역에서의 기대 득점도 17점으로 훌륭한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확실한 스트라이크에 대한 기대 득점은 7점으로 다소 하락하기는 했지만 총 기대 득점은 메이저 리그 전체 3위에 올라있다. 이번 시즌의 하퍼는 타자에게 스트라이크 존 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하고 있다.

구종별 상대 성적을 살펴보면 언제나 그렇듯이 패스트볼 계열 구종들을 상대로 엄청난 강점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이 가장 눈에 띈다.

하퍼는 관측이 시작된 2015시즌 이후로 패스트볼 계열 구종에 가장 약했던 시즌이 .393의 xwOBA를 기록했던 2016시즌이었을 만큼 패스트볼 계열 구종들에 엄청난 강점을 보여주는 선수이기는 했지만 이번 시즌은 해당 구종 상대 xwOBA가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해당하는 .491이라는 엄청난 수치를 기록하는 등 저승사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패스트볼 계열 상대 장타율이 .740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 중인데 패스트볼을 상대로 커리어하이 수준인 무려 94마일에 이르는 타구발사속도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가 지난 시즌 대비 해당 구종에 대한 발사각도 편차까지 줄이는 데에 성공하면서 헛스윙 비율이 25%로 높은 편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완벽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95마일 이상의 패스트볼 계열 구종들을 상대로도 .451이라는 메이저리그 최상위권의 xwOBA와 .610이라는 마찬가지로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xSLG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패스트볼 계열 구종에 강점을 보이는 타자는 하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브레이킹볼 계열 구종들을 상대로는 지난 시즌에 비해서는 헛스윙 비율이 40%까지 크게 상승한 가운데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xSLG대비 이상할 만큼 장타가 터지지 않고 있다.

발사각도가 다소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퀄리티가 높은 배럴타구도 아웃으로 처리되는 등 명백하게 운이 따르지 않고 있는데 만약에 이 타구들이 조금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면 하퍼의 이번 시즌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의 이러한 활약에도 불구하고 필리스는 올해 가을야구에 탈락했다. 그러나 그가 기록했던 모든 경기에서의 클러치 히트와 홈런은 ‘필리건’들의 마음에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에 불을 붙이기에 충분했다. 또한, 미국에서 하루가 다르게 인기가 하락세를 걷고 있는 MLB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스타 플레이어의 몬스터 시즌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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