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박문제, 특정 집단만의 몫 아냐”…신행호 한국도박관리센터 서울센터장

도박문제 예방을 위해서는 관련 의무교육이 선행되어야..
문제해결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의지와 태도 필요

김현수 승인 2021.11.30 11:54 의견 0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센터장(신행호)과의 인터뷰, 도박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청년기자 박수림·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센터


지난 9일, 깊어지는 가을 속에서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곳은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센터.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사행산업으로 인한 중독 및 도박문제와 관련하여 예방·치유·재활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기관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박문제는 성인과 대학생은 물론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점점 도박을 경험하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가의 참된 역할은 무엇일까. 이를 주제로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센터장인 신행호 센터장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1.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이하 한도관)는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가.
A1. 도박문제예방과 문제발생 시 치유 및 재활을 위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타공공기관이다. 2013년 8월에 설립되었다.

Q2. 현재 청년도박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한도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A2. 정확히 말하면 청년도박문제만을 위한 사업은 아니다. 청년을 비롯하여 청소년, 학부모, 일반인 등 다양한 대상을 상대로 도박 관련 상담 및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센터에서 예방강사 양성을 통해 교육을 신청한 학교를 직접 찾아가 도박예방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는 주로 중고등학교가 대상이 된다. 도박문제 없는 클린학교 캠페인을 지원하기도 하고, 사행산업체 이용자를 위한 교육 사업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센터를 찾는 2030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용자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Q3. 그렇다면, 센터 사업에 따른 성과로는 무엇이 있는지.
A3. 이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우리에게 성과라 한다면 도박중독 유병률을 낮추는 것인데 이건 센터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적인 변화가 수반될 때 보다 뚜렷한 성과가 발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센터사업의 성과라 한다면, 청소년 도박예방교육의 조례를 마련하고 도박문제예방 의무교육화를 실현하려는 노력 등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말할 수 있다.

Q4. 최근 들어 청년도박의 심각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지만 사람들은 음주나 흡연문제에 비해 경각심을 크게 가지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4. 술ㆍ담배에 비해 도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 같다. 술ㆍ담배와 달리 도박은 경제적인 영향을 주다보니 가족, 친구 등 주변 타인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도박을 개인의 인격적인 문제와 관련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터부시 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도박문제에 대한 관심 자체가 상대적으로 덜 한 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도박중독은 경제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그 심각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까지 오래 걸리고 도박의 뚜렷한 경계 또한 없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경우들이 있다. 예를 들어 게임도 그냥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인지, 사행성 게임인지 주변에서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불법도박 사이트가 넘쳐나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불법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사이트 운영진 측에서도 그것을 합법적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

Q5. 청년도박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5. 일단 청년들이 도박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청소년 시기의 도박 문제가 군대나 대학교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심각성에 대한 올바른 인지가 필요하다. 국가적인 차원으로는 도박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강한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너무 형식적인 규제만 하고 있다. 인터넷 불법 광고 규제나 접속 차단 등 진정한 IT 강국이라면 국가적이고 기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 대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에서는 도박예방에 대한 수업이 공통교양 과목에 의무적으로 들어갔으면 좋겠다. 올바른 인식을 갖추는데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Q6. 도박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실제로 한도관의 치유·재활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나.
A6. 현재 도박문제 유병률은 100명 중 5명이다. 물론 이 모든 사람들이 상담을 받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센터 측에서 비율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다양한 홍보와 문제 인식 개선 등을 통해 참여율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초창기에는 도박문제 당사자보다 그 가족들이 센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당사자들이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용률을 꾸준히 늘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Q7. 프로그램 참여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7. 자신의 문제를 주변에 얘기하는 것 자체가 많이 힘들 거다.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센터에 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도박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제적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 또한 도박으로 인해 파생되는 가족문제, 개인 심리문제 등도 해결할 수 있다. 센터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단계적인 방법과 컨설팅을 제시하고 있다. 차근차근 해결할 마음이 있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으니까 망설이지 말고 센터의 문을 두드려 달라.

Q8. 현재 우리나라는 도박문제 예방·치유에 관한 법률 및 제도가 적절히 마련되어 있는 상태인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A8. 문제예방을 위한 규제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단 중독에 대한 교육이 의무화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특히 금전에 대한 교육은 유아 시기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중독과 금전 등에 대한 교육이 하루 빨리 필수화 되어야 한다. 또 센터 입장에서 얘기한다면, 사업 진행에 있어서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부담금의 폭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부담금 관리 기본법이 있다. 현재 부담금은 시행령에 의해 0.35%로 규정되어 있고 센터는 이 범위 내에서 활동해야 한다. 비율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문제예방을 위한 예산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교육이나 홍보, 상담 등을 위해서는 결국 인력과 예산이 중요하지만 현재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것들을 볼 때 국가에서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나라 전체적으로 협업을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이 건강하게 사회 주류 세력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으면 좋겠다. 도박문제 해결이 특정 집단만의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Q9. 마지막으로 한도관 서울센터장으로서 도박 위험에 빠져있는 청소년 및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9. 인생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만날 수 있는데 청소년과 청년들은 아직 만들어지지 않고,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니까 매를 좀 더 빨리 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생한 후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지하느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인생의 백신을 미리 맞은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사)청년과미래 청년 기자 박수림의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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