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는 서울 시내 한 공사장 현장. /청년IN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막겠다면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내놓자 건설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반복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기업에는 영업이익의 최대 5% 과징금을 물리고, 3년간 영업정지를 거듭하면 아예 등록을 말소해 영업 자체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 기업에 이득이 되는 현 구조를 바꾸겠다”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 발생 시 영업이익의 5% 이내(하한액 30억원) 과징금 부과, 영업정지 2회 이상 후 재발 시 등록 말소, 공공사업 입찰 제한 2→3년 확대, 중대재해 발생 기업의 금융·투자 제재 강화 등이 핵심이다.

노동부는 이를 두고 “OECD 평균(만인율 0.29명) 수준으로 2030년까지 사망률을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강력한 처벌 위주의 대책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관리 소홀은 당연히 개선해야 하지만, 영업이익의 5% 과징금은 기업 존폐를 흔들 수 있다”며 “공기·공사비 현실화 없이 제재만 강화하면 주택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건설사들의 신뢰가 이미 바닥이라는 점이다.

최근 서희건설은 김건희 여사 관련 로비 의혹과 100억원대 횡령 사건과 배임 등의 사건으로 논란을 빚은 상황이다.삼부토건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내세워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특검 수사 대상에 올랐다. 대형사들조차도 이달 들어 GS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터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예측 가능한 추락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뻔한 사고는 엄벌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제재 강화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징금·영업정지 같은 페널티는 즉각 적용되지만, 적정 공사비와 공기 반영은 제도화까지 시차가 있다”며 “현장의 실행 역량을 키우는 게 정부의 진짜 과제”라고 말했다.

건설업은 오랫동안 입찰 담합, 불법 하도급, 부실시공 등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깊었다. 여기에 잇따른 인명사고와 정권 비리 연루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반이 ‘신뢰 절벽’에 몰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산업이 존속하려면 이제 처벌 탓만 하기보다 안전 시스템 정비와 투명 경영으로 국민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